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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어쩌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몰라

나의 근황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못한 지 거의 1년이 되는 것 같다. 곧 있으면 작년이 돼버릴 2023년도에 나는 무엇을 하느라 이렇게 바빴을까? 봄에 이사를 진행하고 체력적 정신적으로 꽤나 피로했다. 아직도 몇 가지 박스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분명 그 외에도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많았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주 5일 일을 하고 주말은 쉬어야 하니 정말 시간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타당한 근거를 내세워본다 😅

 

그래도 올 한 해는 가족들과 짧지만 굵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에 감사하게 여긴다. 지난 시절 코로나 팬데믹이라던가 한국의 절박한 휴가 사이즈를 고려하면 참 쉽지 않은 것들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오며 지금 이 순간, 연말에 나는 서있다.

 

집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연구 일을 병행하면서 나름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벌인 일이지만, 우린 아직 젊은것인지 그런 도전 정신하나는 겁이 없었다. 우린 새로 이사 온 집을 제대로 우리 취향에 맞게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건축 실무 경험은 없고 과학적 정신 하나만으로 '당연히 공부하고 시도해 보면 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진행 중이다.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참 답답하기만 했다. 마치 나의 실험과도 똑같은 현상이 쉬어야 할 내 집에서도 발생하니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 보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스쳐갔다. '사서 고생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 나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독한 감기에 걸리다

몸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지 않나, 감기가 유행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심하게 걸린 감기는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겹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는 백신 덕분인지 금방 나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침대에서 종일 지내야만 했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냐며 화를 내고 상황이 안 따라준다며 답답해하기만 했다. 연속해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자 점차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 상황들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원래의 뜻대로 그냥 즐기면서 진행하자고.

 

나의 연구도, 집 공사도, 나의 인생도!

 

처음에는 좋아서 재밌어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들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던 것은 다름 아닌 나의 급한 욕심 때문 아니었을까?


자꾸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마치 내게 "조금만 쉬어가는 것은 어때?" 하고 사인을 보내는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보이는 해질녘 하늘

 

이렇게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아보니 (그래도 내 욕심보다는 못하지만) 나는 꽤나 많은 것들을 진행하고 해냈고,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직 그 선상에 서서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연말 연휴 이렇게 조용히 쉬면서 한숨 쉼표를 찍 듯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미소를 지어본다. 나쁘지 않다고, 잘하고 있다고.